대한민국은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연령대별 경제적 부의 분포에도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의 '축적-활용-감소'라는 생애주기적 특성과 더불어 부동산 시장의 영향, 고도 성장기 경험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연령대별 자산 분포는 매우 흥미로운 양상을 보입니다. 최신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공신력 있는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연령대별 경제의 부 분포를 상세하게 분석해보겠습니다.
1. 연령대별 순자산 분포의 '역U자형' 패턴
대한민국 가구의 순자산(자산 - 부채)은 가구주의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대체로 증가하다가 특정 연령대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하는 '역U자형' 패턴을 보입니다. 이는 일반적인 경제학적 생애주기 가설과 일치하는 현상입니다.
20대~30대 초반 (사회 초년생 및 신혼기):
특징: 이 연령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학자금 대출 등 부채를 상환하며 자산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입니다. 주택 마련을 위한 대규모 대출(영끌)이 집중되는 시기이기도 하여, 순자산 규모가 가장 낮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산 규모: 통계청 2023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주의 평균 순자산은 약 2억 3,678만원으로 전체 평균(4억 3,540만원)의 절반 수준입니다. 부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금융 위험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30대 후반~44세 (자산 축적기 초입):
특징: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소득이 증가하고, 주택을 마련하거나 자녀 양육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자산 축적의 기반을 다지는 시기입니다. 부채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자산의 증가 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보다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자산 규모: 순자산이 점차 증가하며, 40대 초반에 들어서면 상당한 자산 규모를 형성합니다.
45세~59세 (자산 축적기 절정 및 정점):
특징: 이 연령대는 가구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이며, 자녀들이 독립하거나 양육 부담이 줄어들면서 자산 축적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입니다.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매우 높고, 금융 자산 또한 꾸준히 증가합니다. 대부분의 가구에서 생애 최고 순자산을 달성합니다.
자산 규모: 50대 가구주의 순자산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합니다. 2024년 12월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50대의 평균 금융자산은 약 5억 8,910만원으로 연령대 중 최고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주택 등 실물 자산을 제외한 금융 자산만을 보더라도 이 시기에 가장 많은 부를 축적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60대~74세 (자산 활용 및 감소 초기):
특징: 은퇴가 시작되거나 은퇴 후 소득이 감소하는 시기입니다. 축적된 자산을 생활비나 의료비 등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순자산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자산의 비중은 여전히 높습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이 연령대에 속하며, 이들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여전히 상당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산 규모: 60대 초반까지는 50대 후반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60대 중반 이후부터 감소세가 뚜렷해집니다.
75세 이상 (자산 감소 심화):
특징: 소득 활동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의료비, 생활비 등으로 인해 자산 감소가 가속화되는 시기입니다.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매우 높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득 기반이 약한 노년층의 경우 빈곤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자산 규모: 70대 이후의 자산은 60대 초반 대비 50% 수준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20대와 함께 가장 낮은 자산 보유액을 기록하는 연령대 중 하나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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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자산 불평등 심화 및 계층별 격차
연령대별 자산 분포는 평균값으로만 보면 '역U자형'을 보이지만, 각 연령대 내에서의 자산 불평등은 매우 심화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으로 갈수록 자산 불평등이 더욱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대 내 격차:
경제활동 정점인 40~50대는 평균 자산이 높지만,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 간의 자산 격차가 가장 크게 벌어지는 시기입니다. 즉, 같은 40~50대라도 자산의 양극화가 심하게 나타납니다.
고령층에서도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자산이 거의 없는 빈곤층과, 충분한 자산을 축적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는 부유층 간의 격차가 큽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 40%대를 상회하지만, 동시에 '부자 노인'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산 구성의 불균형:
전 연령대에 걸쳐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실물 자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령층의 경우 부동산 자산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아 유동성 부족 문제가 심각합니다. 즉, 자산은 많지만 현금화가 어려워 실제 생활비나 의료비로 활용하기 어려운 '자산 빈곤'에 시달릴 수 있습니다.
금융자산은 전체 자산 중 10~20% 수준으로 비중이 높지 않습니다. 이는 주택에 '몰빵'하는 자산 관리 습관과 관련이 있습니다.
가구 구성에 따른 차이:
모든 연령대에서 2인 이상 가구가 1인 가구보다 평균 자산 보유액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고령 1인 가구의 자산은 2인 이상 가구 대비 현저히 낮아, 독거노인의 경제적 취약성이 더욱 부각됩니다.
3. '부의 고령화' 현상 심화
최근 통계에서는 '부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고령층으로 자산 집중: 전체 가구 자산에서 고령층(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으며, 5년 새 고령층 자산은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반면, 39세 이하 가구주가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 추세입니다. 이는 과거 저금리 기조 속에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를 선제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기성세대가 더 큰 자산 증식의 혜택을 누렸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 자산 격차 확대: '선점 효과'로 인해 고령층이 자산을 먼저 축적했고, 자산 가격 상승 폭이 근로 소득 상승 폭을 앞지르면서 젊은 세대와의 자산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청년층의 주거 불안정 및 자산 형성의 어려움으로 이어집니다.
4. 시사점 및 정책적 함의
대한민국의 연령대별 자산 분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노인 빈곤 해소의 중요성: 자산 불평등 심화와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성은 많은 노년층이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실질적인 빈곤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주택연금 활성화 등 고령층 자산의 유동성을 높이는 정책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 급격한 자산 격차는 청년층의 경제적 좌절감을 심화시키고 결혼, 출산 등 사회 전반의 활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위한 주택 및 금융 지원 정책 강화가 필요합니다.
평생 자산 관리 교육 및 컨설팅: 은퇴 후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연령대별 맞춤형 금융 교육 및 컨설팅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고령층의 금융 문해력 향상과 금융 사기 예방 교육이 중요합니다.
다층적 노후 소득 보장 체계 강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다층적인 노후 소득 보장 시스템을 강화하여 연금 소득만으로도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세대 간 상생 방안 모색: 자산 불평등이 세대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세대 간 자산 이전을 원활하게 하거나, 고령층의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여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사회적 대화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결론적으로, 대한민국 연령대별 경제의 부 분포는 '축적-활용-감소'의 생애주기적 특징과 함께 심화되는 자산 불평등, 그리고 부동산 편중 현상, 부의 고령화라는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과 더불어 세대 간의 균형을 맞추는 장기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