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왜가리의 신비로운 수면 방식
올림픽공원 성내천변에서 밤에도 꼿꼿이 서서 물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왜가리(Grey Heron, Ardea cinerea)**의 모습은 종종 관찰됩니다. 이러한 모습은 '과연 잠은 어떻게 자는 걸까?'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데요. 왜가리는 다른 새들과 마찬가지로 수면을 취하지만, 그 방식은 환경적 특성과 생존 전략이 반영된 매우 독특하고 효율적인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1. 왜가리의 생존을 위한 '외발 수면'
성내천변의 왜가리가 밤에 물속에 발을 담그고 서 있는 채로 잠을 자는 행위는 일반적으로 '외발 수면' 혹은 **'서서 잠자기'**라고 불립니다. 이는 잠을 자면서도 체온 유지와 포식자로부터의 경계라는 두 가지 중요한 생존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함입니다.
1.1. 체온 유지 전략: 열 손실 최소화
왜가리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특히 물속에 서 있을 경우, 물과의 접촉면에서 열 손실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왜가리는 한쪽 다리를 가슴이나 몸통 깃털 속에 깊숙이 숨기고 나머지 한 발만 물에 담근 채 서 있습니다. 이는 숨겨진 다리를 따뜻하게 유지하여 총 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입니다. 또한, 외발로 서는 자세는 다리 두 개를 모두 물에 담그는 것보다 물과의 접촉 면적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다리를 교체하여 양쪽 다리의 체온 균형을 맞춥니다.
1.2. 포식자 및 환경 경계
왜가리는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위치하지만, 잠든 상태에서는 너구리, 수달, 삵 등 야행성 포식자의 위협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물가에 서서 잠을 자는 것은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나 소리, 진동을 감지하기 쉽게 하며,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지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 반구 수면 (Unihemispheric Slow-Wave Sleep, USWS): 왜가리를 포함한 많은 새들은 '반구 수면'이라는 독특한 수면 방식을 사용합니다. 이는 뇌의 한쪽 반구만 잠들고 다른 한쪽 반구는 깨어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깨어 있는 뇌 반구와 연결된 눈은 열린 상태로 두어 주변을 경계할 수 있게 하며, 포식자의 접근을 즉시 감지하고 빠르게 비행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2. 왜가리의 수면 장소와 시간
성내천변의 왜가리가 물속에 서서 잠을 자는 것은 흔한 모습이지만, 이것이 유일한 수면 방식은 아닙니다.
2.1. 안전한 보금자리, 잠자리
왜가리는 무리지어 번식하는 집단 번식성 조류이며, 번식기가 아닐 때에도 밤에는 안전한 장소를 찾아 모여 잠을 자는 습성이 있습니다. 성내천변과 같은 개방된 지역에서도 잠을 자지만, 더 안전하고 높은 장소를 선호합니다.
- 주요 잠자리 (Roosting Site): 천변 주변의 높은 나무 가지나 인적이 드문 갈대밭, 또는 물 가운데 있는 작은 섬이나 구조물 등이 왜가리의 주요 잠자리가 됩니다. 이러한 높은 곳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장소는 포식자의 접근을 어렵게 합니다.
- 집단 잠자기: 왜가리들은 해 질 녘이 되면 여러 마리가 모여 집단으로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집단 경계'**의 효과를 발휘하여 개체당 경계 부담을 줄여주며, 포식자가 나타날 경우 더 쉽게 감지하고 집단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2.2. 수면 시간
왜가리는 주행성(낮에 활동) 조류이므로, 주로 밤 시간에 잠을 잡니다. 해가 질 무렵부터 활동을 줄이고 잠자리에 들며, 해가 뜰 무렵 다시 먹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먹이가 부족하거나 번식기에는 밤에도 먹이 활동을 하거나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는 등 수면 패턴이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성내천에서 밤에 외발로 서 있는 왜가리의 모습은 바로 이러한 주요 수면 시간대에 휴식과 경계를 겸하는 상태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3. 성내천 왜가리의 적응력
올림픽공원 성내천은 도심을 관통하는 하천으로, 왜가리에게는 안정적인 먹이 공급원(물고기, 양서류 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인간 활동에 의한 스트레스와 소음, 빛 공해에 노출되는 환경입니다. 성내천변의 왜가리가 보여주는 밤샘 외발 서기는 이러한 도심 환경에 적응하여 생존하는 강한 적응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포식자의 위협뿐만 아니라 인간의 접근이나 불빛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자세를 취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성내천 왜가리의 수면 방식은 단순한 잠자기가 아니라, 체온 조절, 포식자 회피, 환경 경계, 그리고 도심 하천 환경에 대한 적응이 종합적으로 녹아든 고도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