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거짓말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선거철만 되면 공약을 쏟아내고, 당선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말을 바꾸는 모습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해졌죠. 하지만 문제는 이 거짓말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반복적인 문제라는 데 있습니다. 왜 정치인들은 이렇게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요?
정치란 결국 권력을 다루는 일입니다. 인간은 본래 다른 사람보다 우위를 점하고 싶어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고, 정치인은 그 본능을 실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입지와 이익을 지키기 위한 계산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권력은 타인과 함께 있을 때 생긴다”고 했지만, 현실 정치는 종종 ‘타인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변질됩니다. 이렇게 되면 선한 마음은 쉽게 희미해지고,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제왕적 욕심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현대 민주주의는 ‘권력의 분산’을 원칙으로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정치권은 언제든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예산을 밀어붙이고, 측근을 요직에 앉히고, 언론을 통제하며, ‘공익’이라는 명분 아래 권력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정치인의 거짓말은 ‘정치 기술’로 포장됩니다. 이는 곧 정치인을 권력에 중독시키는 유혹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스스로를 합리화합니다.
“정적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국익을 위한 거짓말이었다”, “이 정도는 다들 한다”
이러한 생각은 인지 부조화 심리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의 도덕적 기준과 현실의 행동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정치인은 기준을 낮춰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심리가 반복되면 거짓말은 일상화되고, 진실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적으로 손해’라는 왜곡된 인식이 자리를 잡습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반복되는 데에는 유권자의 책임도 있습니다. 선거 때만 관심을 가지거나, 정당에 따라 맹목적으로 투표하거나, 한두 가지 이익에 따라 표심을 결정하는 태도는 정치인의 무책임을 부추깁니다.
더 큰 문제는 ‘정치 혐오’입니다.
“다 거기서 거기지”, “어차피 바뀌지 않아”
이런 냉소는 거짓말을 눈감아주는 사회 분위기를 만듭니다. 결국 권력자는 더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우리는 그 구조 안에서 공범이 됩니다.
한국은 조선시대부터 이어진 군주 중심 사회였고, 이후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권위주의 정치 문화가 뿌리내렸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인식은 아직도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에서 드러납니다.
이런 문화 속에서 정치인은 마치 왕처럼 권력을 행사하고, 국민은 그 권력을 감시하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인간의 본성과 제도의 허점, 사회적 분위기, 역사적 유산이 얽힌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운명처럼 반복되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이 모일 때, 우리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견제하고,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정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정치는 거울입니다. 그 사회의 수준과 의식을 반영합니다. 정치인의 거짓말이 반복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진실 앞에 눈을 감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제는 그 거울을 깨고, 진실을 요구할 때입니다. 선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구조를 바꾸고, 권력을 감시하며, 행동해야 할 시간입니다.
헌법재판소 해체되어야 하나? (1) | 2025.05.30 |
---|---|
대선 보도로 본 언론의 구조적 문제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5) | 2025.05.29 |
조선 시대 역대 임금 총정리 (2) | 2025.05.27 |
아름다운 청계천 (3) | 2025.05.18 |
생명의 소중함과 방생 (1) | 2025.05.18 |